더불어 사는 영성
행 2:42-47
인간관계는 “공멸하는 관계,” “경쟁하는 관계,” “함께 사는 관계”로 대별되는데, 기독교적 영성은 “함께 사는 관
계”가 되어야 합니다. 훌륭한 개개인을 모아놔도 공동체적으로 개인능력의 산술적 합에도 못 미치는 이유는 소모
적인 관계를 갖기 때문입니다. 첫 번째 요인은 구성원들이 자기중심주의, 이기주의적 생활 패턴을 고수하기 때문
입니다. 하나님까지도 자기 유익을 위해서 섬깁니다. 두 번째는 사람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할 때입니다. “나
와 너”의 관계가 되어야 하는데 “나와 그것”이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. ▶ 공동체적 영성 강화를 위해서는 상대방
을 인정하고 사랑, 인내, 양보, 타협, 협동, 관용, 화해, 조정, 설득의 기술이 절실합니다.
A. 두 영성의 균형: 더불어 사는 영성이 중요해도 전제는 홀로 있음의 영성입니다. 홀로 있음은 홀로 섬을 가능하
게 하고, 하나님을 진정으로 섬길 수 있게 해줍니다. 홀로 있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주도적인 신앙생활이 아니라
공동체 생활에 기생하게 됩니다. 홀로 있음을 배운 뒤에 더불어 사는 영성의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. 마리아는
침묵, 기도, 명상 등 홀로 있음의 영성을 대변하며, 마르다는 섬김, 나눔, 돌봄, 사귐 등 더불어 사는 영성을 대변합
니다. 종목(縱木)과 횡목(橫木)으로 구성된 십자가의 영성도 두 영성의 총합입니다. 하나님을 향한 열정(passion)
과 이웃을 향한 동정심(compassion), 하나님을 지향함(for God)과 이웃과 더불어 있음(with neighbor), 하나님을
믿음(believing)과 공동체에 소속됨(belonging).
B. 더불어 사는 21세기: 시오노 나나미는 <로마인 이야기>에서 로마제국과 켈트족을 사자와 호랑이로 비유했습
니다. 일대일로 싸우면 호랑이가 이기지만 집단으로 싸우면 사자가 이깁니다. 그래서 로마가 패권을 쥐게 된 것입
니다. 공동체성이 중요한 이유입니다. 20세기가 ‘너 죽고 나 살자’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‘너도 살고 나도 살
자’는 공생의 시대입니다. 20세기가 일방통행 시대였다면, 21세기는 쌍방향통행 시대입니다. 그러므로 사귐, 섬
김, 나눔, 돌봄을 주목해야 합니다.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심으로 섬김의 본을 보여주셨습니다. 모
르드개는 에스더를 돌봐 주다 페르시아 왕의 일도 돌봐주게 되었습니다. 작은 돌봄이 큰 돌봄으로 이어집니다. 초
대교회는 “서로 교제하며 떡을 떼며” “믿는 사람들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” “재산과 소유를 팔
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주며” “모이기를 힘쓰며” 세간의 칭찬을 받았습니다.
C. 공동체 영성 증진책: ① 한 주인 섬기기: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같은 한 하나님을 섬기고 있다는 의식을 강화해
야 합니다. “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”(골 3:23). 성직과 세속직의
구별 없이 하나님을 섬겨야 합니다. 아바드(히브리어), 레이투르기아(헬라어), 서비스(영어)란 단어는 문맥에 따
라 “일”로도 “예배”로도 번역됩니다. 결국 속된 일이란 없습니다. 주만 섬길 따름입니다. ② 일터를 성소로 바꾸기:
모세에게 “네가 선 곳은 거룩하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” 하셨는데, 우리 가정이나 일터나 동일하게 적용됩니다.
모든 곳을 하나님이 거하시는 처소로 선포하십시오. 마음가짐과 태도가 변할 것입니다. 이것은 일상을 통한 성례
전입니다. ③ 공생애를 살기: 공(公)을 사유(私有)화하는 것이 죄의 뿌리입니다. 아담과 하와, 아간, 아나니아와 삽
비라를 반면교사로 삼으십시오. 예수님, 아브라함, 모세, 열두 제자, 초대교회를 모범으로 삼으십시오. 심지어 내
생애도 공적으로 살아내야 합니다. ④ 연대의식 갖기: 모든 것이 하나님의 피조물과 구원의 대상이라고 인식의 지
평을 넓히십시오. 사랑하라는 이웃의 개념이 점차 확대되어 자연과 우주로까지 가십시오. 하나님은 적색은총과
녹색은총을 모든 피조물이 누리기를 원하십니다. 연대의식을 가질 때 작금의 절박한 생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
습니다.